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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우 옛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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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울·
15.10.27

본문

최순우 선생이 스위스에서 사온 소방울이다. 알프스 산골 목장을 갔을 때 방목하는 소의 목에 매달린 소방울 소리가 산골 정취를 풍겨 선물로 산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해외 순회전시 '한국국보전'의 유물호송과 전시를 맡았을 때 스위스를 들린 것으로 보인다. 

 

43d8326daa1331582ac58d823acbcbf0_1445920 소방울

 

'한국국보전'은 1961년 3월부터 1962년 7월까지 영국 런던, 네덜란드 헤이그,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렸다. 국보급 고미술품 152점이 출품되어, 현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전시(전시기간 44일)에는 유료관람객이 7천 5백명에 달하였다.

 

소방울은 쇠고리에 무쇠방울 세 개와 나무방울이 달려 바람이 불면 화음이 은은한 방울소리가 집 안뜰에 번져 운치를 더했다. 혜곡 선생은 소방울을 처음에는 대문 안에 걸어 드나드는 사람을 가늠하였지만 몇 해가 지나 대청 뒷마루 추녀 끝으로 옮겨 달아 대청 뒤쪽으로 보이는 북악산 자락과 소방울 소리를 즐기곤 하였다. 혜곡선생은 소방울에 얽힌 이야기를 중앙일보 <생활 속의 미-풍경소리>에 기고하였다.

소방울과 풍경 소리 하면 좀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소방울 풍경 소리’를 즐기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에 갔을 때 그 곳 산골 목장에서 방목하는 소의 목에 흔히 달아 주는 소방울을 한 개 선물로 사온 것이다. 처음 이것을 살 때에는 무엇에 쓸 것인가 미리 요량을 하고 산 것도 아니지만 그 방울 소리가 야하지 않고 또 그 화음이 은은할뿐더러 생김새가 소박해서 산골 냄새가 풍기는 것이 좋아서 산 것이다. …호젓한 이 마음을 안고 긴긴 밤에 이 소방울 소리를 즐기며 삼동을 곧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최순우, 「생활 속의 미-풍경소리」, 중앙일보, 1968년 9월 12일자